군표(軍票)를 아십니까 ?
82 5148 2009-11-04
옛날 군대가 식량 등의 물자를 현지에서 조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징발 또는 약탈을 들 수가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방식은 그 모양새가 나쁘고 징발상대에게서 강한 반감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근대화이후 전쟁에선 각국 군대가 군표를 발행해 물자를 구입하는 형식을 취했다.

군표는 징발한 물건만큼의 가격에 해당하는 군에서 발행한 후불제 영수증과 같은 의미를 안고 있다. 군표는 자국의 통화공급량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적국에 넘어가면 공작자금으로 바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후불의 영수증이란 점에 실제 경제력 이상의 물자징발이 가능한 점에 군에서 마음대로 제조되어 대량유통되었던 것이다.

군표는 지금의 상품권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법률상 군표는 유가증권이 아닌 영수증으로 최종적으로 국가당국에 제출해 현금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전쟁 중에는 군표가 돈 대신 통용되기도 했다.
베트남전 당시엔 미군이 발행한 군표가 파견된 한국군에게도 지급되었는데, 현재 세계의 군대에서는 일부를 제외하곤 군표를 발행하는 제도가 사라졌고 대신에 신용카드로 결재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는 세이난전쟁(西南戰爭)때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가 사용한 사이고 패찰(西鄕札)이 최초의 군표로 그 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제 1차 세계대전 등 대외전쟁에서 일본정부가 점령지에서 발행해 태평양전쟁땐 중국 및 동남아시아 점령지역에서 현지통화를 대신해 사용되기도 했다. 또 전후 오키나와에서 사용된 B엔도 군표의 일종이다.

군표는 일본의 대장성(大藏省)과 일본은행의 허가를 얻지않고 군이 발행해 유통시켰는데, 이는 2차대전시 일본군이 각 정부를 상대로 군용수표를 남발해 경제적 혼란을 초래하고 말았다.
중국전선에선 일본 엔 이외에도 페소(스페인 통화)와 굴덴(네덜란드 통화)등의 여러가지 통화를 각 점령지역에서 발행했고 그 중엔 일본이 설립한 남방개발금고라는 현지금융회사 명의의 군표도 있었다. 또한 소련과의 전쟁을 감안해 루블로 표시된 군표도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일본군이 발행한 군표는 패전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발행수량이 많았기에 일부에서는 인플레로 인해 실질적 가치가 사라지고 말았다. 특히 인플레가 심했던 지역에선 담뱃갑의 종이에 필기한 군표가 사용되기도 했다. 군표에 대한 일본정부의 지불의무는 연합국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청구권을 폐기했기 때문에 소멸되었다.

그러나 전후에도 필리핀과 홍콩에서 일본군이 발행한 군표를 억지로 환전하려는 주민도 있었다. 이에 전후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을 이었고 홍콩에선 중국에서 유통되던 일본군의 군표가 무더기로 유입되어 앞서 강제로 환전을 시도한 주민들은 큰 경제적 피해를 입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의 재판소에선 일본정부에 대해 손실부채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이 있었지만 1999년 6월 17일, 도쿄 지방재판소는 당시 국제법으로 전쟁피해에 대한 개인의 손실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일본 국내법에 군표를 교환하는 것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또 필리핀 방면에서 일본군이 발행한 군표 가운데선 일본이 보상을 해 준다는 스탬프가 찍한 것이 존재한다.
이는 군표소유자에게서 의뢰받은 민간단체가 영수증을 교부해 단체로 스탬프를 찍어 관리해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 군표들은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주었는데 현재는 화폐수집가들에게 수집되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