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동전에 돌사자상
65 3824 2009-03-30
길에 떨어져도 줍지 않고, 무겁다고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다.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된 10원짜리 동전의 신세다.

그러나 10원짜리에게도 ‘전성시대’는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이런 유언비어가 전국에 나돌았다.

“특정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불상을 지녀야 하는데, 이를 위해 10원 동전에 불상을 새겨넣은 것이다.” 확대경까지 동원해 불상의 존재를 확인하는 이들은 물론, 한국은행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전화를 해오는 열성파들도 많았다. “불상처럼 보이는 것의 정체는 다보탑 기단에 앉아 있는 돌사자상”이라는 한국은행의 해명으로 해프닝은 일단 막을 내렸다. 불교신자인 노태우(재임기간 1988∼93년) 대통령이 당선된 제13대 대선 시절의 일이다.

10원 동전의 돌사자상에는 사연이 있다. 1966년 처음 10원 동전이 나왔을 때는 돌사자상이 없는 다보탑 도안이 들어갔다. 83년 10원 동전을 재차 발행하면서 다보탑 기단에 앉아 있는 돌사자상이 추가됐다. 사실적인 도안을 사용하려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지름 22.86㎜에 불과한 동전에 다보탑과 돌사자상이 들어가다보니 사자의 모습은 윤곽선 정도로만 나타나게 됐다. 2006년 새로나온 10원 동전의 지름은 18㎜로 더 작아졌지만 돌사자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주 불국사 다보탑 밑 돌사자상은 원래 네 개가 있었는데, 셋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강탈해 갔다고 한다. 세 마리 돌사자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지금, 마지막 돌사자는 10원 동전에 남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백남주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학예사>
중앙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3-30 02:43 최종수정 2009-03-30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