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폐에서도 다른 면에 갈라선 부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전시회
130 832 2015-07-29
각 나라의 화폐에 담긴 이미지를 보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적 자긍심을 확인하는 척도가 된다. 외국에 나가서 필연적으로 만나는 화폐를 조금이나마 남겨와 그 여행의 기억으로 삼기도 한다.

유로 단일화폐 탄생에 큰 역할을 한 유럽중앙은행(ECB) 초대 총재였던 빔 다위센베르흐는 이렇게 말했다. “지폐는 지불수단만이 아니다. 그것을 발행하는 국가의 영혼이 담긴 작품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영혼'을 조선시대로 한정지은 이유가 따로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50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인데 말이다.

화폐는 그 자체로 '작품' 이자 '역사' 다. 화폐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이 실리기도 하고, 그 나라의 문화 유산이 실리기도 한다. 어떤 나라의 화폐에는 위인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노르웨이는 '바다'를 주제로 모든 지폐를 바꿨다. 앞면은 바다를 상징하는 배, 물고기 등의 이미지를, 뒷면은 디지털 감각의 추상화로 표현했다. 어떤 나라의 화폐는 한 사람만의 이미지가 들어있어, 그 인물의 정치적, 사상적 유산이 얼마나 거대한가를 알리기도 한다. 중국과 인도, 터키의 지폐가 그러하다. 또 어떤 나라는 모든 화폐에 현재의 지도자가 그려져 있어, 그 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짐작하게 하기도 한다. 사담 후세인이 지배하던 시절의 이라크가 그랬다.

부부가 함께 들어간 지폐는 몇 종류 존재한다. 유로로 통합되기 전 프랑스의 500프랑 지폐에 피에르 퀴리와 마리 퀴리 부부가 그려져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마리 퀴리는 사실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폴란드 출신이라는 것. 프랑스 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애정과 타국민에 대한 차별을 생각하면 파격적 처사이기는 했다. 필리핀에서는 2010년 아키노 전 대통령 부부를 담은 500페소 지폐를 만들어냈다. 현 대통령인 노이노이 아키노가 대권 후보였다가 암살당한 아버지 니노이 아키노와 대통령이었던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를 500페소에 그려 넣었다.

그러나 아마도 한 지폐에 그것도 부부가 함께 들어가 있는데 앞뒤로 갈라선 경우는 전 세계에 이 지폐 뿐일 것이다. 멕시코의 500페소 지폐다. 500페소는 우리 돈으로 약 35,000원에 해당하는데, 한국보다는 약간 낮은 멕시코의 물가로 계산해도 꽤 고액의 화폐단위에 해당한다. 멕시코의 독립운동가 미겔 이달고 이 코스티야가 그려진 1000페소 지폐도 있지만, 위조 지폐가 너무 많이 유통되어 실제로는 500페소의 지폐가 가장 많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그 500페소 지폐에는 아마도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할 부부의 그림이 양쪽으로 인쇄되어 있다. 바로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다. 이 두 사람은 두 번이나 결혼한 부부였음에도 지폐의 앞면과 뒷면으로 서로 '갈라서' 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사실 많은 부분이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오해는 주로 앞면에 있는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향해 있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를 빔 다위센베르흐의 말처럼 '국가의 영혼'의 관점에서 굳이 비교하자면, 앞면을 차지하고 있는 디에고 리베라가 멕시코에 미친 영향은 그야말로 '국가의 영혼'을 작품으로 그려낸 것이었다. 멕시코는 유럽의 지배에서 1910년 멕시코 혁명의 시작 이후 1920년대까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1921년 유럽에서 돌아온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모든 계층이 이해하는 그림'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벽화로 제작하기 시작한다.

그는 민중의 삶과 민족의 역사적 상징을 그려냈고, 이는 멕시코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시기의 작품들을 현재는 '멕시코 벽화운동' 이라고 하며, 미국은 이를 뉴딜 정책에 도입하여 디에고 리베라를 미국으로 초청하기까지 했다.

프리다 칼로는 디에고 리베라의 반대쪽인 뒷면에 있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보다는 멕시코 바깥에서 멕시코의 영향을 더 크게 미친 작가로 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는 그녀의 작품에 대해 디에고 리베라에게 "우리는 절대 그녀처럼 얼굴을 그릴 수 없을 것이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당대 초현실주의 작가로 유명했지만, 그녀가 지금의 유명세를 얻은 것은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에 있어 그녀가 아이콘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현재 멕시코 내부에서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멕시코 작가라면 그녀가 아마도 첫 손에 꼽힐 것이다.

그러니, 굳이 이 500페소 지폐의 디자인을 다시 한 번 ‘국가의 영혼’ 으로 해석하자면 앞면은 멕시코 국을 위한 것이고 뒷면은 멕시코에 관심 있는 외국인용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두 부부가 서로 등을 마주대고 반대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지만,결국은 한 지폐 안에 존재한다는 점은 이 부부의 개인사와 맞물린 좋은 스토리텔링 디자인 사례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참고로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7TpHEualwD4)에는 이 지폐의 디자인에 대한 소개가 두 부부를 모델로 한 영상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경향신문] 2015.07.28.10:5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