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헌 소지 다분한 법 그대로 적용한 판결…파기환송”
112 628 2015-04-01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골동품 중개업을 하는 이모씨(70)는 2007년 수차례에 걸쳐 보따리상에게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800장을 건네주고 국내에 있는 공범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위조된 미화를 국내에 반입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와 거짓말로 투자자들에게 총 2억47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위조지폐가 실제로 통용되지 않은 점, 사기 피해자들과 일부 합의가 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3년6월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9일 이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씨에게 적용된 조항은 특정범죄가중법 10조 중 형법 207조 2항과 3항인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형법 조항에서 정한 구성요건 외에 특별한 가중적 구성요건의 표지를 전혀 추가하지 않고 법정형만을 가중함으로써 그 법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재량에만 맡기고 있어 법적용에 대한 혼란을 낳게 된다”며 “더욱이 그 법정형은 이 사건 형법 조항에서 정한 형과 달리 사형을 추가하고 유기징역형의 하한도 5배나 가중하고 있어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했다.

앞서 특정범죄가중법 10조 중 1항과 4항은 2심 선고가 있기 20여일 전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한 조항이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지난해 11월 화폐 위조범의 요건에 대해 형법과 똑같이 규정하면서 형을 가중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법 제10조 1항과 4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하고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건에 적용된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공소장 등을 변경했어야 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 입력 : 2015-03-29 14:56:36ㅣ수정 : 2015-03-29 14:5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