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5만원권 위조사건, 딱 봐도 가짜로 보였다?
105 630 2014-10-12
[취재여담]국내 위조지폐는 조잡한 수준…5000원권이 가장 많아

첫 느낌은 아주 조잡했습니다.

최근 실제 범행에 사용된 5만원권 위조지폐를 만져봤습니다. 위폐를 처음 보는 기자의 눈으로 봐도 딱 가짜로 보였습니다. A4용지에 5만원권 지폐의 앞뒷면을 각각 레이저컬러복합기로 복사해 딱풀로 붙인 수준이었으니 어련했을까요.

이 조잡한 지폐는 지난달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 5만원권 지폐위조 사건의 주인공입니다. 발견된 위폐는 5만원권 1351장, 총 6755만원 상당에 달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발견된 전체 위폐 1300장(한국은행)보다 많습니다.

처음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사건의 규모였습니다. 대규모 지폐위조 조직이 적발될 것인가, 국제범죄조직은 아닐까, 그들이 유통시킨 위조지폐 총액은 얼마나 될 것인가.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8일 사건의 전모를 공개했습니다. 무직이던 유모씨(50)가 내연녀 유모씨(45), 내연녀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등을 끌어들여 위폐를 만들어 유통시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루된 자가 11명에 달하고 보름에 걸쳐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준비하는 등 범행 준비 과정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정작 위폐의 수준이 너무 낮아 사용즉시 적발됐습니다. 첫 사용처가 금융권이었던 것도 범죄 피해 확산을 막는데 기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폐위조 범죄는 조악한 수준입니다. 한국은행 발권정책팀 관계자는 "컬러프린터기나 레이저 복사기 등으로 만드는 위조지폐는 조악한 수준"이라며 "인쇄기로 찍어내는 정교한 위폐는 국내에선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위폐는 금융권이나 대규모 매장 등에서 즉각 확인이 됩니다. 그래서 범인들은 대부분 시골 영세상점이나 재래상인, 고령의 상인 등을 대상으로 위조지폐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5만원권을 처음 만들 당시에는 지폐위조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위폐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권종은 5000원과 1만원권입니다. 올 상반기 발견된 위조지폐는 5000원권이 874장, 1만원권은 398장, 5만원권은 24장입니다.

화폐위조는 중죄입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살인죄와 법정형이 똑같습니다. 5000원짜리 한 장 복사했는데 살인과 같이 취급하는 건 너무하다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화폐 위조는 국가 화폐에 대한 신용을 저해하고 국가의 화폐주권을 무시하며 불특정인에 대한 재산상 위험 발생을 크게 높이는 등 자본주의 질서를 크게 저해한다는 이유로 엄벌에 처해집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어쩔 수 없이 위폐 제조에 나서는 무직자를 생각하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입력 : 2014.10.12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