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화폐 ‘리라’ 하락 어디까지?
103 2018-08-17
오늘 네이버 실시간 검색 1위는 ‘터키 리라’, 2위는 ‘터키’다. 화폐 터키 리라의 급락이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던질 질문이 2가지다. 하나는 터키 리라는 왜 갑자기 폭락을 했는가? 다른 하나는 이대로 가면 터키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터키에서 1980년대 이후에는 고정환율제 즉 ‘리라와 달러의 환율을 국가가 정하는 제도’를 버리고, 변동환율제를 택했다. 그 이후부터 터키 리라는 이미 꾸준히 하락하고 있었다. 80년대 초기에 거의 100리라였던 1달러는 필자가 한국에 올 때쯤인 2004년에는 1,300,000리라가 되었다. 그 당시에 총리였던 에르도안은 2005년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모든 지폐나 동전에 대해 실질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을 추진해 터키 리라에서 ‘0’을 6개 없앴다. 즉 1,000,000분의 1로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필자가 2004년 터키를 떠날 때는 물 한병 값이 1,000,000리라였는데, 2005년 여름엔 1리라만 주면 살 수 있었다.

2002년부터 터키에서 정권을 잡고 있는 에르도안은 2009년까지를 ‘견습생 시절’이라고 하고, 2014년 이후부터는 ‘사부 시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가 터키경제를 발전시킨 때는 다름 아닌 ‘견습생 시절’이었다. 2009년까지 1달러는 1.6리라 벽을 넘지 못 했다. 2013년 ‘게지공원 사태’가 일어날 때까지만 해도 1 달러는 1.8리라 아래위를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게지공원 사태’ 이후로는 터키 리라의 하락을 누구도 막지 못 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리라의 하락은 2013년 게지공원 사태 이후부터라고 보고 있다.

달러는 특히 2013년 이후부터 계속 상승했고 터키 리라는 하락했다.

게지공원 사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마무리되면서 터키 리라가 조금 회복되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터키 리라의 하락을 게지공원 사태를 일으킨 시위자들 때문이라고 분석되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이후에 터키에서 일어난 대규모 권력층 비리 수사 여파로 터키 리라가 한 차례 더 하락했다.

정부는 게지공원 사태와 이 권력층 비리 수사를 ‘외세의 공작’으로 규정했고, 수사에 합류했던 검사와 경찰을 모두 숙청했다. 이 사이 터키 리라는 계속 하락하여 2016년 여름까지 3리라로 오르게 되었다.

2016 7월 쿠데타가 일어나자 에르도안 정부는 “쿠데타 배후에는 ‘히즈멧 운동’이 있다”고 주장하여, 이 운동에 속하거나 이 단체에 기부한 적이 있는 기업을 강제 인수했다. 에르도안의 이 초치는 처음에는 안보 차원에서 이해가 되었지만, 다른 반정부 세력들의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터키의 법치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외 신뢰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터키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이 철수하면서 달러 상승을 막을 수가 없었다.

터키 리라 폭락에서 자꾸 언급되고 있는 선교사 억류문제는 세트 메뉴로 주문한 양식에 마지막으로 나오는 디저트로 비유하면 될 것 같다. 터키 국영은행 중 할크반크(국민은행)의 부사장은 이란 제재 위반혐의로 미국에서 재판 받고 있다. 판결이 나오면 할크반크는 국제경제법 위반으로 중벌을 받게 된다. 터키 정부는 터키에서 선교금지법을 어긴 미국 선교사와 미국에서 재판받은 할크 반크 부사장을 교환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 외교전에서 트럼프 정부와 에르도안 정부 사이에는 심한 발언들이 왔다 갔다 했다. 이 후 트럼프는 마침내 경제카드를 빼들었다.

마지막 장면으로 보면 리라 폭락의 원인은 미-터키의 외교전에서 미국이 꺼낸 경제카드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터키 경제체제의 약점이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관세 제재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터키 정부는 아무런 경제 조치도 안했고, 오히려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와 미국을 협박하며 터키국민을 선동했다.

터키경제 구조가 튼튼했다면, 하나의 외교전이 이 정도까지 큰 영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 속에서 사실상 중요한 것이 민심이다. 에르도안 지지자 대다수는 현재 상황을 터키와 미국에서 벌어진 일종의 ‘경제전쟁’으로 보고 “굶어 죽어도 에르도안과 같이 죽겠다”고 외치고 있다. 일부 국민은 SNS에 달러 지폐를 태우는 영상들 찍으며 올리고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대로 가면 터키 리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12일 밤 연설에 나선 에르도안은 터키기업들을 향해 “소유하고 있는 모두 외국돈을 한시 바삐 터키 리라로 환전하라”라며 “이행치 않으면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경제학적으로 터키가 다시 고정환율제로 복귀하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지만, 정부 사이드에서 그런 말까지 들리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달러가 10리라까지 올라가도 되도 어차피 다시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친해서 ‘0’ 하나 빼면 1리라가 1달러가 되찮아!”라고 주장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더 큰 잘못을 해도, 이를 지적할 비판적인 언론이나 시민사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끝으로 보다 정확한 전망을 나름대로 하자면, 터키의 고액권인 200리라가 현재 환율로는 30달러 정도가 되는데, 조만간 500리라 짜리 화폐가 새로 디자인되어 발행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아시아기자협회 글로벌커뮤니케이션팀 팀장,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저자] ] 201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