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의 새 고액권…경제 활력소 기대
6650 2009-06-23
◆5만원권 23일부터 유통◆

5만원권 지폐가 23일부터 시중에 유통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6시부터 본점과 각 지역본부를 통해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우정사업본부 등 금융사 본점, 한은과 입출금 거래를 하는 지점에 5만원권을 공급한다. 새 고액권이 나오는 것은 1973년 6월 1만원권 이래 36년 만에 처음이다. 2006년 말 국회가 고액권 발행촉구 결의안을 의결한 지 2년6개월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오전 9시 점포 문을 열면서 5만원권을 고객들에게 공급한다"며 "은행 현금자동지급기에서 5만원권을 인출하는 것도 오전 9시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은행에 따라 배송 시간이 소요되는 일부 지점은 5만원권 취급 시간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은 주거래은행을 통해 5만원권을 조달하게 된다.

농협이 중앙회와 지역 단위조합을 합해 3700억원, 국민은행이 1600억원, 신한은행이 1200억원, 우리은행이 800억원, 외환은행이 450억원 등을 이날 한은에서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5만원을 입출금할 수 있는 ATM 등 자동화기기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5만원권은 기존 1만원권보다 가로가 6㎜ 길어 ATM을 신형으로 바꾸거나 화폐를 인식하는 감별부를 교체해야 한다.


외환은행은 전국 355개 점포 중 350개 점포에 1대씩 5만원권 취급이 가능한 ATM 350대를 설치했다.

하나은행은 부품을 교환해 업그레이드한 580여 대와 신규 도입한 49대를 일선 점포에 배치했다.

국민은행은 전국 주요 영업점 250곳에 새 ATM을 설치했고 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200대를 우선 설치하고 8월 말까지 전국 각 영업점당 1대씩 총 600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신권 발행일에 맞춰 5만원권 이용이 가능한 ATM 300여 대를 우선 설치하고 7월 말까지 총 800여 지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업그레이드 630대, 신규 교체 700대 등 1300여 대를 추석 전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이 밖에도 한시적으로 매장에 5만원 교환 전담창구를 운용하고 신규 교체되거나 업그레이드된 ATM에 5만원권 인출 가능 스티커를 붙이는 등 고객 혼란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5만원권은 국민 경제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1만원권을 여러 장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고,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사용에 따른 불편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실제 한은이 최근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 말까지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수요는 거의 모두 5만원권이 대체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절감되는 비용은 연간 2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시중 1만원 중 40% 정도가 5만원권으로 대체되는 등 1만원권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5만원권 발행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염려도 있다. 5만원권 발행으로 축의금이나 세뱃돈 단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대표적 예다. 화폐 가치에 대한 심리적 착시 현상 때문에 과소비가 조장될 가능성이 있고 업체들도 제품 용량과 성능을 개선하면서 4만5000원짜리 상품을 5만원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염려도 높다.

국가청렴위원회는 고액권 발행이 뇌물 수수나 비자금 조성, 범죄 수단 등으로 사용될 것을 염려하는 견해를 발표하기도 했다.

화폐 가치가 높아지다보면 거스름돈도 커질 수밖에 없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는 500원짜리 물건을 판 뒤 5만원을 받으면 4만9500원을 거슬러 줘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5만원권이 황색 계통인 5000원권과 색깔이 비슷해 물건값이나 택시비를 계산할 때 잘못 지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1000원권 신권이 본격 유통된 2007년에도 1만원권과 혼란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매일경제 원문 기사전송 2009-06-22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