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버린 '신사임당'…5만원권 폐지론 고개 드나
369 715 2016-08-07
한은, 환수율 50%그쳐…유럽은행 '고액권' 폐지 결정

올해 상반기 시중에 풀린 5만원권 지폐 중 절반가량만 환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 환수율은 50.7%였다. 화폐환수율은 일정 기간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량과 다시 돌아온 화폐량을 비교한 비율이다.

즉, 5만원권 100장을 찍어내면 50장만 돌아오고 나머지 50장은 장롱이나 개인금고 등에 숨었다는 의미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4년 25%에서 지난해 40%를 돌파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다른 지폐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1만원권의 환수율은 111.2%, 5000원권은 93.5%, 1000원권은 94.7%였다.

이에 5만원권이 탈세와 비자금 등 지하경제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마늘밭 돈다발'사건은 5만원권의 향배를 찾는데 있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지노나 경마, 경륜 등의 시설과 인접한 지점에서 5만원권이 가장 많이 거래된다는 점을 보면 5만원권이 어디에 쓰이고, 또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 있다"며 "결국은 탈세문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금리가 낮아질수록 고액권이 숨어드는 현상은 강해진다. 최근 1%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에 돈을 맡기느니 현금으로 보관하겠다'는 개인 자산가와 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신사임당 '성형수술'하면 돌아오려나…"현실성 없어"

일각에선 '신사임당 성형수술'을 장롱에 숨은 5만원권을 불러올 방안으로 꼽고 있다.

시중에 나도는 5만원권을 새디자인의 신권으로 바꾸면, 이 과정에서 장롱속 5만원권이 집밖으로 나올 것이라는 논리다. 지하에 묻힌 자금을 끌어내고 세수를 늘리는 데 화폐개혁이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신사임당을 밖으로 모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5만원권에 발행년도를 표시하는 등 환수율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당국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현재 한국은행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구권을 아예 못쓰게 하면 모르겠지만, 디자인을 바꾼 신권 발행만으로는 숨어 있는 돈을 끌어내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2만원권 도입론'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10만원권은 몰라도 2만원권 발행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선 고액권 폐지 주장이 나온다. 탈세와 테러 등 범죄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 '탈세-테러 악용' 명분으로 고액권 퇴출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선 고액권 폐지 주장이 나온다. 탈세와 테러 등 범죄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100달러 폐지를 주장하며 찬반론에 불을 붙였다. 미국 현지에서는 100달러 지폐를 받아주지 않는 상점도 적지 않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100달러 지폐를 불빛에 비춰보는 영화 속 장면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이에 미국은 2013년 말 위조 방지 장치를 강화한 100달러화 신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권 사용을 막는 규정이 따로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100달러 회수율은 2013년 82%에서 2014년에는 75.3%로 떨어졌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2018년 말까지 500유로 지폐의 유통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고액권이 탈세나 마약 거래, 테러 자금 등 범죄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없애겠다"고 했다. 500유로 지폐는 돈세탁과 테러단체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돼 '빈 라덴'이란 악명을 갖고 있다. 아예 환전을 거부하는 나라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ECB의 속내는 딴 곳에 있다. 시장에 돈을 풀기 위한 처방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고액권이 걸림돌이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 대신 보관료를 내야 한다. 결국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다발이 개인금고에 보관되면 오히려 통화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결국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500유로 화폐를 퇴출시킨 셈이다.

앞서 싱가포르도 지난 2014년 고액 현금 거래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1만 싱가포르 달러(816만원) 발행을 중단했다.

[데일리안] 2016/08/06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