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후]위조 日구권화폐 사기범들 수법은?
362 1728 2016-01-11
"지금 너무 돈이 급합니다. 이게 일본 구권 1만엔짜리인데 92장을 담보로 맡길테니 500만원만 빌려주세요."

지난해 11월10일 오피스텔 관리소장으로 일하던 이모(57)씨는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허모(65)씨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았다.

현재 통용되는 1만엔권도 본 적이 없는 이씨는 생소한 지폐에 다소 의심이 들었다. 이씨는 허씨가 내민 지폐를 만져봤다. 표면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는 돈과 다르게 꺼끌꺼끌했다. 잉크가 묻어나는 듯도 했다.

게다가 "은행에 가서 바꾸면 될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씨는 허씨와 그리 친한 편이 아니었다. 밥 한 번, 술 한 번 같이 먹은 적이 없었다. 그저 허씨가 드나들면서 인사를 잘 하고, 같은 고향이라 알고 지내는 사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허씨는 "구권이라 바로 바꾸기 힘들다. 정말 급하니 이 돈을 담보로 맡기고 빌리는 것 아니겠나"라며 통사정을 했다.

이씨는 결국 허씨가 구권이라고 하는 지폐를 담보로 받고 500만원을 내어줬다. "같은 건물에 살고 돈도 맡긴다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허씨는 종이봉투에 지폐를 담아 이씨에게 건네줬다.

허씨는 돈을 받아가면서 이씨에게 "일주일 내로 갚을테니 그 전에는 환전하지말라"고 당부했다.

의심이 든 이씨는 당장 은행에 찾아가고 싶었지만 허씨의 말도 있고, 집안 일로 정신이 없어 좀처럼 은행을 찾지 못했다.

2~3일간 허씨와 연락이 잘 되지 않고 집안일도 마무리된 이씨는 다시 허씨가 맡긴 지폐를 자세히 살폈지만 의심만 더해졌다. 이씨는 결국 은행을 찾아갔다.

이씨가 은행에 찾아가 "의심이 가 알아보러 왔다"며 허씨가 맡겼던 지폐를 내밀었다. 은행 직원은 이런 이씨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그 때부터 수상했던 느낌은 점점 확신이 됐다. 10~15분 정도 지났을까. 은행 직원은 허씨가 맡긴 돈이 위조지폐라고 했다.

이씨는 깜짝 놀랐을 뿐 아니라 허씨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이씨는 은행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다.

다행히 경찰에 신고가 이뤄지고 허씨가 붙잡히면서 빌려준 현금 500만원을 돌려받은 이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씨는 "허씨에게 실망하고 놀랐지만 돈을 돌려받아 다행이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허씨는 국내 유통책 정모(55)씨에게 받은 돈을 이씨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며 현지에서 화폐를 위조하는 조직으로부터 위조지폐를 받아 국내에 반입하는 채모(49)씨로부터 위조지폐를 받았다.

채씨는 말레이시아 현지 조직에서 위조한 지폐를 국내 브로커에게 소개하고 택배를 보내거나 직접 한국에 들어오는 방식으로 위조지폐를 국내에 반입했다.

국내에서 위조지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진을 보내거나 샘플을 보내 확인을 시킨 뒤 거래를 했다.

이번에 경찰이 압수한 1만엔 구권의 일부는 위조 수준이 높아 일반인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재질도 비슷하고 인쇄 수준도 높아 감정사도 1958년에 발행됐다는 지폐의 인쇄기술이 1990년대 이후 사용된 디지털 기술이라는 점을 통해 위조지폐라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이 유통시키기 위해 가지고 있던 5000억엔짜리 채권 한 장도 일본 대장성의 붉은 관인이 찍혀있는 등 보통 채권과 아주 흡사했다.

국내 브로커들은 채권의 경우 액면가의 3~5%를, 위조화폐인 경우 액면가의 10~50%를 받고 이를 유통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씨와 채씨를 구속하고 허씨를 불구속 입건했으며 또 다른 국내 브로커 김모(57)씨 등의 뒤를 쫓고 있다.

newsis.com 등록 일시 [2016-01-09 12: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