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를 소지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
34 3155 2012-05-26
◆위폐 소지했다면…

최근 법원의 판례를 보면 한눈에 위폐라는 걸 알아볼 정도로 조잡하거나 통용되지 않는 위조지폐를 소지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2009년 유모씨(43)는 자신이 운영하던 소방기기업체가 부도나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유씨는 궁리 끝에 가짜 돈을 만들어 빚쟁이들에게 보여주고 돈 갚을 날을 미뤄보기로 했다. 유씨는 여관방에서 5만원권 지폐를 A4 용지에 복사한 뒤 자를 대고 돈 부분만 오려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유씨는 위조지폐 조각을 발견한 여관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유씨를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2년 이상 징역인 통화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8일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위조지폐가 정교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유씨는 진짜 돈의 앞면만을 복사, 누구든지 종이를 뒤집어보기만 해도 위조지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재판부는 “위조통화가 되려면 유통 과정에서 일반인이 진짜 돈으로 오인할 정도의 외관을 갖춰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통화위조죄는 위조지폐를 ‘행사할 목적’이 있을 때 적용된다. 돈이 있는 것처럼 보여주려고 한 것은 행사할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용되지 않는 위폐를 소지한 사람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9년 이모씨(65)는 지인으로부터 “처분할 방법을 알아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만유로짜리 위조지폐를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100만유로짜리 위조지폐를 소지한 걸 확인하고 위조외국통화 취득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화폐 유통에 대한 거래상의 신용과 안전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다”며 모든 혐의에 유죄를 인정, 이씨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00만유로 지폐는 사실상 유통되는 통화를 위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실제로 통용되지 않는 지폐라면 위·변조하거나 취득했다 해도 처벌할 수 없다”며 위조외국통화 취득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유로 화폐의 최고 단위는 500유로로, 100만유로 지폐는 없다. 형법은 위조화폐를 행사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실제 사용되는 화폐·지폐·은행권을 위·변조하거나 취득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한국경제 > 입력: 2012-05-25 17:29 / 수정: 2012-05-26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