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화는 동전, 동전은 동그라미
13 3679 2004-08-05
주화는 일반인들 사이에 흔히 동전(銅錢)으로 불려지나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주화가 동전은 아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동전(銅錢)은 구리나 구리의 합금으로 만든 주화를 통칭하는 말로 정의하고 있어 이에 따를 경우 우리 나라의 현용 주화 중 구리가 섞지 않고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1원화는 동전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주화를 <동전>으로 자연스럽게 부르면서도 유독 기념 주화의 경우 <기념 동전>으로 부르는 예를 찾기 힘든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아마도 기념 주화의 주소재가 금, 은등 귀금속인 경우가 많아 <동전>이라는 용어를 쓰면 그 가치가 손상된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최초의 주화인 고려 시대 건원중보를 비롯하여 주화 모양을 원형으로 사용해 온 우리 민족에게는 둥근 주화의 모양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그런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관념도 강한 것 같다. 어디서 이러한 원형에 대한 생각이 나왔을까.

기원전 3세기 중국의 진시황제가 화폐의 디자인을 겉은 둥글고 구멍은 네모난 원형방공으로 통일했다는 기록 등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으나 보다 직접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 나라의 경우 최초의 동전이라 할 수 있는 고려 해동통보에서 그 고유한 철학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

고려 숙종때(1097년) 의천(義天)은 왕에게 동전을 만들어 사용할 것을 건의하면서 그 동전의 모양이 밖은 둥글고 안은 모난 것을 지칭하여 둥근 것은 하늘이고 모난 것은 땅이니, 하늘이 만물을 덮고 땅이 그 만물을 지탱하여 가치를 없어지지 않게 함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4각형인 영국령 저지섬의 1파운드, 7각형인 영국의 20팬스, 11각형인 캐나다의 1달러, 12각형인 이스라엘의 5쉐캐림 주화등에서 볼 수 있듯이 다각형의 모양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지만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 새로운 주화가 나오더라도 그 모양을 원형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원형의 형태에 우리의 철학적 사고가 담겨 있을 뿐만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이미 원형의 주화를 사용하도록 제작된 많은 자동 판매기 등의 부품 교체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다루는 사람의 돈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