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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독일 나치의 특수기관은 파운드화와 달러를 찍어내는 전담기구를 설치했다. 정밀한 설비를 갖추고 독일정부가 운영하는 제지공장의 종이로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아우슈비츠수용소의 유대인중 화폐전문가들을 데려와 위폐를 찍는데, 진위를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흠잡을데 없는 1급지폐는 중립국으로부터 물자구입경비와 해외첩보활동비로 쓰여졌으며 질이 조금 떨어진 2급은 점령지의 비밀경찰에게 주어져 정보수집과 협력자 매수에 사용됐다.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자 나치는 경제전을 벌이기로 작정하고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상공에 비행기로 위조파운드를 마구 뿌렸다. 그러자 영국인은 너나할 것 없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파운드화 줍기에 정신이 빠져 교통이 마비되고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사재기가 기승을 부려 물가가 폭등, 인플레이션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자 영국정부는 위폐의 시장유통과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전국 시장에 영업정지령을 내리고 공항과 항구를 봉쇄, 관광객의 해외여행을 금지시켰다. 비행기에서 돈을 뿌려 영국경제를 교란시키기로 한 나치의 의도는 적중했다. 결과는 무력공격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나치의 '공중에서 돈 뿌리기 작전'을 연상시키는 현상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제도이사회(FRB)가 실세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무한정 뿌리는 것을 의미하는 '헬리콥터 벤'에 의해 통화공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헬리콥터 벤'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때 "불황의 골이 깊었던 것은 은행의 자금중계기능의 마비가 주범"이라 주장한 FRB 의장 벤 버냉키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FRB의 '헬리콥터 머니論'이 발표되자 앞으로의 인플레이션을 우려, 국제 원자재시장에서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FRB의 헬리콥터 벤 조치가 금리인하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지나친 통화공급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FRB가 도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들로서는 지금의 위기해법들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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