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은 전 세계에서 천덕꾸러기
89 4230 2010-07-28
동전이 50개 넘으면 안 받아도 된다."(유럽연합)
"주화는 액면의 20배까지만 통용된다."(일본)
"동전이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되지만 은행에서 동전을 지폐로 교환해 줄 의무는 없다"(한국)

자판기에서 커피나 음료수, 담배를 뽑을 때 사용되는 동전.
전 세계인들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동전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동전이 많을 경우 지폐로 교환하기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주화의 통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법화로서의 주화 통용을 제한하는 나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화폐로서의 주화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실생활에서는 주화의 통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12개 나라에서 유로 동전을 50개까지만 법화로서 통용시키고 있다. 동전이 50개를 넘으면 안 받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일본은 주화에 대해서 액면의 20배까지만 통용시키고 있다.
또 은행에서는 동전을 100개 이상 가져오면 수수료를 받고 지폐로 교환해주고 있다. 동전 101개~1000개까지는 315엔을, 1001개~2000개는 632엔, 2000개 이상일 경우 1000개당 315엔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도 주화를 제한적인 법화로 통용시키고 있다. 홍콩의 경우 한 포대당 1달러(홍콩달러)의 동전교환수수료를 받고 있다.

김두경 한은 발권국장은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화의 통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은법에 따라 동전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살 때 소비자가 동전으로 결제해도 된다는 것.
한은법 48조에서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법 조항에도 불구, 우리나라에서도 동전은 찬밥 신세가 된지 오래다.

지난 2001년 11월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은 동전교환에 따른 관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전교환수수료를 도입했었다.
동전교환 수수료는 고객들의 반발과 한은의 제동으로 도입 한달 만에 폐지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동전 교환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은행에서 대규모 동전을 교환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음료수회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대한민국에서 동전은 더 이상 통화가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은행에서 동전을 받아 주지 않아 가마니에 담아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전을 받아주는 은행이 없어 창고에 쌓아두고 있으며, 직원들이 동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서 교환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동전 교환뿐 아니라 저금통에 모았던 동전을 은행에 예금하러 갈 때도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동전을 주화별로 분류하지 않으면 은행 창구에서 잘 안 받아 주기 때문이다. "땡그랑 한푼. 땡그랑 두푼.." 어렸을 적 불렀던 '벙어리 저금통'이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기사전송 2004-06-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