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멜른 50페니히 지폐
71 4980 2009-04-20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마을에 갑자기 출몰한 쥐떼를 없애준 기이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다. 무슨 수를 써도 없어지지 않고 떼로 몰려다니던 쥐들이 사내의 피리 소리에 유인돼 강물에 빠져 죽고, 혼란에 빠져 있던 마을은 평화를 되찾는다. 그러나 원래 약속과 달리 보상을 받지 못한 사내는 다시 피리를 불어 어린 아이들을 모조리 데리고 사라져 버린다는 내용이다.

1922년 독일 하멜른에서 발행된 50페니히 지폐에는 이 동화의 내용이 여섯 장면으로 나뉘어 들어갔다. 이 돈은 ‘놋겔트(Notgeld)’라는 이름의 긴급화폐다. 전쟁 등의 비상시에 중앙은행 외에도 민영은행이나 상점 등에서도 발행 되는 게 긴급화폐다. 재료나 도안의 선택이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서인지 발행 지역의 특산품인 종이나 직물 또는 피혁 등의 색다른 재질에 고유한 문화 유적이나 전설을 도안으로 사용한 지방색 강한 돈이 많다. 이 돈들은 지금도 전세계 화폐 수집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집 리스트 앞쪽에 오른다.

동화책의 삽화 같은 아름다운 도안이 그려진 돈을 보고 있으면, 비상시에 만든 지폐임에도 지역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담아낸 그들의 자부심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중앙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4-20 02:02 최종수정 2009-04-20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