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동전의 소중함을 아시나요?
57 5369 2008-07-31
일반인들에겐 쓸모가 없어 찬밥 신세가 된 10원짜리 동전이 다른 한편에선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귀한 몸'이 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10원 주화 부족으로 연간 수천만 원의 손실을 보는가 하면, 동전을 구하기 위해 어린이집까지 찾아다니는 수고까지 감수하고 있다.

사실상 화폐로서의 가치를 찾아보기 힘든 10원짜리 동전은 간혹 거스름돈으로 받을라치면 잘해야 돼지저금통에 넣는 정도다.

대부분은 책상 서랍과 방바닥을 뒹굴거나 심지어 휴지통에 버려지기 일쑤다.

하지만, 이처럼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10원 주화가 한편에선 "없어서 문제"다.

현금 고객이 많은 슈퍼마켓이나 가스충전소, 새마을금고 등지에서는 10원짜리 동전을 구하기 위한 일대 소동이 주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업체 직원들은 시중은행 주변을 배회하거나 한국은행에 문의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저금통 모으기 행사가 열리는 어린이집까지 수소문한다.

탑마트 손창균 경리과장은 "동전이 부족해 은행이나 새마을금고는 물론이고 어린이집에까지 문의하고 있다"며 "불우이웃을 돕는 저금통 모으기 행사가 간혹 열리기때문에, 이때를 맞추면 동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0여 개 중소형 슈퍼마켓을 직영하고 있는 탑마트는 고질적인 동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10원 할인" 행사까지 시작했다.

거스름돈이 '10원' 또는 '60원' 단위로 끝날 경우 이 중 10원을 업체가 부담해 10원 동전 4개를 아끼는 방법으로, 업체 측은 이를 통해 동전 수요를 3~40%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업체는 그러나 점포당 매달 5만원에서 10만원, 회사 전체로는 연간 3~4천만 원의 손실이 예상돼 현재 6개 점포에서 시험중인 이 제도를 전체로 확대할지도 고심하고 있다.

한국은행 동전수급정보센터에서 지정한 자판기 업체나 공중전화 관리업체, 사회복지단체 등 민간인 동전 공급기관 역시 '동전 가뭄'을 해소시켜 주기엔 역부족이다.

KT링커스 북부산지사 관계자는 "우리는 부산 동래구와 북구 지역의 공중전화를 관리하고 있는데 천3백여 대에 이르는 기기를 다 합쳐도 하루 수거되는 10원 주화가 많아야 2만 원에서 5만 원 정도에 불과해 일부 가스충전소에만 동전을 교환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주화 공급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은행도 '범국민 동전교환운동'과 '동전다시쓰기 캠페인'을 연중 실시하고 있지만 다른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정민수 조사역은 " 나름대로 캠페인도 벌이고 하는데 동전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해서 상당히 고민된다"며 "지금의 동전 부족사태는 공급을 많이 하는데도 제대로 유통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난색을 표했다.

실제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올 상반기 부산지역에 공급한10원 주화는 770만 개로 전체 주화 발행량의 56%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환수액은 3.9%에 불과한 30만 개에 그치고 있다.

10원 주화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은 액면가의 3~4배 정도.

최근의 국제원자재가 상승으로 동전 제조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10원짜리 하나라도 아끼고 적극 사용하려는 시민 노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2008년 7월 31일(목) 8:25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