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현금인출기에서 위조지폐가 나온다면
126 1712 2015-05-06
“어라, 이거 또 위조지폐인가.”

택시비를 내려던 지인이 택시 기사에게서 다른 돈을 달라는 요구를 받자 하는 말이다. 중국에서 가짜 돈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래서 현금을 많이 받는 택시 기사나 요식업체들은 100위안(약 1만7000원)짜리 돈을 유심히 확인하고 받는 경우가 많다. 간혹 거부를 당하게 된다면 내가 낸 돈이 가짜 돈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 위폐는 어떻게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된 것일까. 누군가에게 받은 현금일 수도 있지만, 뜻밖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은 경우도 제법 있다는 주장이 많다. 가짜 돈이 그대로 입금되고, 이렇게 흘러들어 간 위폐는 다른 고객이 돈을 찾을 때 그 손님에게 혹은 기계에 남아 은행에 피해를 준다. 그래서 중국에서 현금을 자동화 기기로 찾을 때에는 ATM이 아닌 현금인출기(CD)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다. 현금을 찾을 수만 있는 CD에는 가짜 돈이 있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폐를 손에 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 가장 먼저 생각할 방법은 은행에 찾아가서 인출기에서 위폐가 나왔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다. ATM 기계의 위폐 인식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공식적인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ATM 기계 업체와 은행들은 위폐가 잘 걸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위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돈을 찾은 고객들은 인출과 동시에 위폐인지를 아는 경우가 많지 않다. 돈을 찾고 어딘가에 쓰려 할 때 위폐임을 알게 되는 때가 대부분인데 그때는 항의하기 더 불리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ATM 기계에서 가짜 돈이 나오는 사례가 왕왕 있는 듯하지만, 은행이 무조건 손해를 볼 수도 없으므로 해결해 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위폐를 들고 은행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배상은커녕 그대로 위폐를 뺏기고 상황은 종료된다. 중국 당국은 금융기관들에 위폐를 발견하는 즉시 압수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손에 위폐가 쥐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잊기에는 배가 아프다. 극단적일 수 있지만, 지인들은 이럴 때 당황하지 말고 다시 쓰거나 입금이 되는 기계를 찾으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가짜 돈 폭탄 돌리기다. 이는 중국 내 위폐 유통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중국 내에서 가짜 돈 문제는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얼마 전 광둥성 지에양(揭陽)시에서는 100위안짜리 가짜 돈을 3.6위안에 판매하다 걸린 사례도 있다. 이 위폐는 비싸게는 장당 12~13위안에 팔렸는데, 하단의 ‘100’자 반사광을 비롯해 요철까지 있어 진짜 돈과 매우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돈은 돈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친다. 위조지폐는 사회구성원의 신뢰 위에 세워진 화폐경제를 무너뜨림으로써 경제 내에서 행해지는 크고 작은 교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가짜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였던 물건이 갑자기 1000원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혼란이 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들은 위조지폐 제작과 유통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관리가 어렵다 싶으면 다양한 위폐방지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지폐를 찍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위폐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화폐 유통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해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신속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화폐 도입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베이징= 이데일리] 2015.05.0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