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속에서 피어난 꽃
123 1836 2015-04-21
세계 각 국은 지폐의 도안을 결정할 때 많은 상징물을 담으려 애씁니다. 인물과 풍경, 작품 등을 통해 한 나라의 가치관과 상징성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폐에 등장하는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나라의 국화부터(國花), 꽃말의 의미를 고려해 세심하게 선정된 꽃들이 지폐의 한 켠에 피어나게 되지요. 여기에는 흥미로운 일화와 나라의 역사가 담겨있기도 합니다.

우선 지갑 속에 있는 우리나라 1000원권을 한 번 살펴볼까요? 퇴계 이황의 초상화 왼쪽에는 성균관 명륜당 위로 20여 송이의 매화꽃이 피어있습니다. 이황 선생이 세상을 떠나며 직전 '매화에 물 주어라'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매화에 애정을 가졌던 점을 반영한 것이지요. 여기에는 매화를 선물했던 정인 관기 '두향'과의 사랑이 유명한 일화로 전해집니다. '절개'지조'를 상징하는 매화의 꽃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향은 이황 선생이 눈을 감자 강선대의 몸을 던지며 생을 마감했습니다.

추위를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는 대만의 200달러에도 등장합니다. 대만 200달러 뒷면에서는 총통 관저 곁에 심어진 매화나무들을 볼 수 있지요. 매화는 대만의 국화이기도 합니다.

홍콩을 대표하는 꽃 '자형화(Bauhinia)'도 지폐에 등장합니다. 홍콩의 지폐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HSBC, 중국은행(BOC) 등 세 곳에서 발행해 각 지폐의 도안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바로 SC은행에서 발행한 20달러 지폐에서 자형화를 볼 수 있습니다. 지폐 뒷면을 보면 SC은행 건물 옆 중앙에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지요. 홍콩은 특별행정구를 대표하는 깃발에도 자형화를 담았습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시화(市花)였던 자형화를 그대로 이어온 것이지요.

홍콩 정부는 강력한 생명력을 지는 자형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합니다. 홍콩의 역사와 함께 산사태를 예방하고, 야생동물의 피난처를 제공하는 등 자형화의 유용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외에 뉴질랜드 10달러 앞면에는 여권 운동가인 케이트 셰퍼드와 함께 흰색 동백꽃이 피어있습니다. 동백꽃은 여권운동을 상징하는 꽃으로, 꽃말은 기다림, 겸손한 아름다움 등입니다. 브루나이에는 50달러에 등장하는 생강꽃을 비롯해, 니켈라시계꽃, 자바차 꽃 등 각종 꽃이 도안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경제] 최종수정 2015.04.19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