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유로 동전 90억원어치 만든 중국 사기단 적발
3441 2011-04-15
확대 사진 보기 이 사건은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화려한 은행털이가 아니었다. 터널도 없었고, 헬기에서 내려오는 액션도 없었다. 복면조차 없었다. 단지 중국에서 프랑크프루트 공항으로 들어온 비행기에서 여승무원이 끙끙거리며 들고 나온, 눈에 띄게 큰 여행가방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한 의심 많은 세관 직원이 그 가방을 열었을 때, 그 안에서는 독일 중앙은행을 상대로 한 사상 최대 사기극의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 독일 당국은 이 사건을 “600만 유로(92억원)짜리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가방에서 나온 것은 수년간 사용된 뒤 폐기처분 된 동전을 정교하게 재가공해 만든 1유로(1556원) 또는 2유로짜리 동전들이었다. 현지 검찰은 항공사 승무원이 낀 이 사기단이 2007년부터 모두 30t의 이런 유로화 동전을 중국에서 밀반입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 직원 낀 사기단 6명, 위조지폐 유통 혐의로 체포

원래 유럽의 중앙은행들과 계약을 맺은 중국의 재활용업체들은 폐기 동전을 녹여 고철로 팔게 돼 있다. 하지만 이들 재활용업체 일당은 공들여 동전을 재생한 뒤 독일 중앙은행 창구를 통해 지폐로 바꾸거나 송금했다.

독일 당국은 지난주 이 같은 혐의로 프랑크프루트 주변에서 6명을 체포하고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프랑크프루트 검찰청 소속 도리스 묄러쇼이 검사는 밝혔다. 체포된 6명 중 3명은 중국-프랑크프루트 노선을 운영하는 민간 항공사의 승무원이었다. 승무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짐의 무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적발된 여승무원은 체포되지 않았다. 그는 환전하지 않은 데다 “중국의 친구들이 동전들을 주면서 ‘자국에서는 외국 동전 환전이 안 되니 독일에 가서 바꿔달라’고 했다”고 주장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체포된 6명의 용의자는 28~45세로, 아직 수사 당국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사기와 위조지폐 유통 등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장 징역 1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두 조각으로 분리하는 방식의 1·2유로 동전 폐기 방식에 착안

검찰에 따르면, 이 사기 조직은 1유로와 2유로짜리 동전이 서로 다른 재질의 두 조각을 끼워 맞춰 만들어진다는 점을 이용했다.

1유로 동전은 백동과 놋쇠를 섞어 만든 원판 가장자리를 백동·구리 합금의 링을 둘러싸는 형태다. 2유로 동전은 구리·백동 합금 원판에 백동·놋쇠 합금 링을 씌운다. 이들 동전의 폐기 절차는 하도급업체가 동전 각각의 부분을 분리한 뒤 중국의 재활용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기단은 분리된 두 조각을 다시 끼우기만하면 동전을 다시 복원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계를 이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저임금 현지 근로자를 동원해 수작업으로 두 조각을 끼워 맞췄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이들 동전의 출처가 독일이 아닌 다른 유럽연합 국가 중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은 동전을 폐기할 때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깊은 홈을 파기 때문이다.

현지 슈피겔지는 동전이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중앙은행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동전 환전에 더 엄격한 제한을 두는 새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중앙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기와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1-04-07 20:36 최종수정 2011-04-08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