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 만들도록 유도한 경찰… 함정수사 아니다＂
51 6237 2009-04-16
경찰이 위조지폐범을 잡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범인이 위폐를 만들도록 유도했다면 함정수사일까?

13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렌터카 회사를 운영하다 사업상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수배된 김모(27)씨는 지난해 5월 사건 합의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컴퓨터 잉크젯 복합기를 이용해 1만원권 지폐와 자기앞수표를 위조했다. 김씨는 위조한 지폐를 휴대전화 사진기로 찍어 평소 알고 지낸 엄모씨에게 전송했다.

그런데 엄씨는 평소 경찰관 이모씨에게 각종 사실을 제보해오던 정보원이었다. 엄씨는 이씨에게 사실을 알렸고, 이씨는 "수사를 위해서는 증거물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며 엄씨에게 위폐를 추가로 확보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1만원권 지폐와 10만원과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까지 위조했다. 경찰은 엄씨를 통해 물증을 확보하자 곧바로 김씨의 집을 덮쳤고, 김씨는 위조지폐를 사용하지도 못하고 경찰에 붙잡혔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위조지폐를 제작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에게 징역 1년6월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김씨는 자신은 재미 삼아 위조지폐를 만들었으며 경찰의 함정수사에 빠져 계속 위조지폐를 만들게 됐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임시규)는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을 속여서 검거하는 것이 함정 수사지만, 김씨는 위조지폐를 사용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함정 수사로 볼 수 없다"며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4-14 03:12 최종수정 2009-04-14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