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거점 국제 금융사기에 한국인 피해자 속출
36 3406 2007-06-18
영국 런던에 거점을 둔 국제 금융범죄 조직의 사기 행각에 피해를 입는 한국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영한국대사관(대사 조윤제)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접수한 피해자들만 30여명 가까이 되고, 피해액도 작게는 수십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금융사기 원조국인 나이지리아의 419 사기를 모방한 이 금융 사기는 이메일이나 편지, 브로커를 통해 소액의 세금이나 수수료를 대납해주면 거액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해 선금을 가로채는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419 사기는 나이지리아 형법 419조가 사기죄를 규정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피해자 S씨 등 10여명은 미국 시민권자인 한국인 L씨의 알선으로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을 만나 "러시아인이 투자한 자금 1천600만달러(약 148억8천만원)가 HSBC 은행에 예치돼 있는데 역외계좌세금을 못내 꺼내지 못한다. 영국 국세청에 세금을 대신 내주면 일주일 안에 50% 돈을 더 얹어 주겠다"는 유혹적인 제안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영국을 직접 방문했으나 사기범이 가짜 HSBC 은행 사무실에서 계좌 잔액까지 조회해 보여주는 치밀한 수법에 속아 넘어갔다. 피해자들은 전부 110만달러(약 10억2천300만원)를 송금한 뒤에야 가짜 은행 사무실, 차명 예금계좌, 가짜 휴대전화 등을 동원한 사기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S씨는 "영어도 서툰 데다 한국과 시스템이 다르다는 말에 넘어갔고, 범인들은 사무실까지 세트로 치밀하게 만들어 놓았다"며 "허황되게 수수료를 많이 주겠다는 말은 일단 색안경을 끼고 봐야 한다"고 후회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은 한국인 브로커 L씨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채굴권에 대한 컨설팅 알선 대가 4천200만파운드(약 768억5천만원)를 받으려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에 3천만원을 먼저 입금해야 한다. 이 돈을 대신 내주면 48시간 내에 4천200만파운드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범인은 잉글랜드은행 명의의 전신환송금서까지 그럴싸하게 만들어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이밖에 영국 소재 국제금융회사 한국지사장을 자처한 한 용의자는 자금난에 처한 한국 중소병원들에게 대출을 받아준다며 수수료와 업무추진비로 10개 병원에서 9억원을 가로챘다. 거액 복권에 당첨됐으니까 수수료 300파운드(약 55만원)를 내고 찾아가라는 영국발 이메일에 속아 넘어가 수수료만 떼인 피해자들도 있다.

런던경찰청의 경제범죄 담당 수사팀장 게리 워터스는 "한국의 경제 발전과 성공이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이 범죄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금융범죄조직은 무차별적으로 이메일이나 편지를 보내 '단시일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해 누군가가 걸리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주영한국대사관의 이상식 경찰주재관은 지난 12일 대사관에서 피해자들과 런던경찰청 수사진의 면담을 주선하고 런던경찰청의 협조를 부탁했으며,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하는대로 런던경찰청에 공식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등록일: 2007-06-17 오전 8:4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