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미 재무부 보고서 '위폐 제조국'에 북한은 없었다
22 5083 2006-02-14
위조달러 제조 등으로 미국에 의해 최근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북한의 불법행위가 지난 2003년 미 재무부의 보고서에서는 언급된 적도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북한의 위조화폐 제조 문제에 대해 조사해왔다는 미국측의 그 동안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같은 주장은 '북한위폐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포럼의 주제발표를 통해 나온 것으로, 이 기자포럼은 한국언론재단과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6.15공동위남측언론분과가 주관했다.

미 재무부 보고서 "해외 위폐 그다지 심각한 상황 아니다"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2003년 당시 미국이 파악한 주요 위폐 관련 국가는 콜롬비아, 불가리아, 중국"이라며 "특히 미 재부무부는 해외 위폐가 그다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조사결과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고승우 논설실장이 제시한 미 재무부의 보고서는 2003년 3월 미 의회에 제출된 것으로, 위폐에 대한 전세계적인 제조 및 유통실태와 피해 정도에 대해 상세하게 전모를 밝힌 것이다. 이 보고서는 "위폐의 유통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해외에서 적발된 위폐는 미국 내의 것에 비해 소량"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2003년 당시 미 재무부가 해외 위폐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고승우 <미디어 오늘> 논설실장은 14일 2003년 미 재무부 위폐 관련 보고서에 북한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고승우 논설실장은 "미 재무부의 2003년 보고서 작성 이후 종합보고서가 다시 나왔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위폐 제조와 같은) 국제 범죄의 현황이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변화할 가능성은 적어 이 보고서를 통해 현재 세계 위폐 제조 상황을 짚어보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실장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1년 전인 2002년 미국에 의해 달러 위조국으로 지목된 이라크의 경우 등을 볼 때 미국은 위폐 문제가 갖는 "선전효과" 때문에 자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을 위폐 제조국으로 지목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지난 수 십년 동안 달러 위조 혐의가 있는 지역을 상대로 갖가지 방법으로 조사하고 수사했다"면서도 "국가 단위로 달러를 위조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대표적인 예로 미국이 수 년 전까지 가장 심각한 달러 위폐 생산지역이라고 밝힌 콜롬비아의 경우에도 위폐 제조의 구체적인 물증이 제시된 적이 없음을 들었다.

그는 이어 결정적이 자료 제시 없이 위폐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것의 '적절성 여부'의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은 과거 공식적으로 지목된 다른 위폐 관련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으면서 북한의 '행동'을 요구해 6자회담의 표류와 같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위폐 제기는 불법행위 처단 차원 넘어 미국의 세계전략 실현 목적"

이날 기자포럼에서는 서태석 외환은행 부장도 주제발표를 했다. 서태석 부장은 국내에 유통되는 외화위폐의 현황에 대한 설명에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위조지폐의 정확한 제조국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중국이나 동남아 등의 유통경로를 통해 반입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온 박종철 통일연구원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최근의 위폐 문제 제기가 "단순한 불법행위 처단 차원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이같은 미국의 21세기 대외정책 기조는 조지 부시 행정부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4일 '북한위폐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기자포럼에서 참가자들은 미국의 위폐 문제제기가 6자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레시안


6자회담 전망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자들의 대다수는 미국은 위폐문제를 6자회담과 별도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 문제가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철 연구실장은 최근 북한이 위폐 문제에 대한 '유연화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며 "위폐 문제에만 한정시키면 북한과 중국, 미국이 모두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관수 〈KBS〉 정치외교팀 기자는 토론을 통해 "북한의 위폐 유통과 제조 사실 여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이미 대규모로 위폐를 제조하는 국가로 국제적으로 낙인찍혀 버렸다"며 "북한의 반발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손 기자는 또한 미국이 미국내 북한 기업의 자산 동결과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한 이래로 "북한과 거래하는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미 재무부에 북한과의 거래 규모와 내역 등을 자진신고하고 있다"며 "이를 볼 때 미국의 금융 제재가 얼마 만큼의 위력을 지닌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제재가 "북한의 숨통을 쥐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따라서 "6자회담과 위폐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미국의 주장을 북한이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 2월 14일(화) 오후 6:35 [프레시안] 여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