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사기단 한국서 활개....
16 5212 2004-11-25
양복을 판매하는 중소업체인 A기업은 나이지리아 측에서 양복을 구입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기업은 처음에는 몇 벌씩 나이지리아로 양복을 부치고 인터넷상의 신용카드 결제대행업체를 통해 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이 과정에서 나이지리아 업체가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고 이 카드번호를 결제 대행업체에 제시해 대금을 받아왔다.

몇 번의 소규모 거래가 끝난 후 나이지리아 업체는 양복 수천 벌을 주문했고 A 기업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양복을 납품했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신용카드 번호를 조회해도 발급자가 누구인지 확인 되지 않았다.

A기업은 결국 고스란히 수천만 원의 손실을 입어야 했다.
최근 국내 경제가 어 려워지면서 기업들이 하나라도 더 물건을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자 국제사기단 이 이 같은 분위기를 악용한 것이다.

한국이 국제금융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국제금융거래에 어두운 기업이나 개인이 많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제사기단이 제시하는 좋은 조건에 솔깃해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신고ㆍ확인된 국제금 융사기는 총 133건으로 피해액은 659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금융사기 피해액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309만달러(27건)로 가장 많 았고 99년에는 106만달러(10건)로 줄었다.

국정원은 외환위기 직후에는 무역업체와 중소기업 대상 수출입 주선 등을 미끼 로 한 사기사례가 급증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사기 피해액은 2000년 이후 증가세로 반전해 2000년 46만달러(18건), 2001년 50만달러(22건), 2002년 63만달러(24건), 2003년 85만달러(32건) 등으 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2004년의 피해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2003년보다 늘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유형은 나이지리아 범죄조직에 의한 사기가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모조화 폐와 수표를 이용한 사기 38건, 가짜채권사기 20건, 입찰ㆍ합작 투자유혹 사기 16건, 무역거래 빙자사기 10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국가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기업과 개인 사이에서도 '한탕 주의'가 확산되면서 다소 위험이 있지만 고수익을 제공한다고 미끼를 던지는 국제금융사기단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사기행각으로 꼽히는 것은 나이지리아 범죄조직에 의한 사기다.

이들은 전직 고위관리 등을 사칭하며 잡지 전화번호부 등에서 입수한 주소로 비자금 계좌이체 제공시 거액의 커미션을 주겠다는 이메일과 편지를 발송하고 이에 호응하면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배 모씨는 지난 2003년 7월 모로코로부터 1800만달러의 비자금 계좌이체를 제 공하면 수백만 달러의 커미션을 주겠다는 이메일을 접수하고 착수금조로 3만50 00달러를 모로코측이 제시한 지정은행에 예치했으나 결국 돈을 떼이고 말았다.

무역거래를 이용한 사기행각도 벌어지고 있다.

수출업자 신 모씨는 해외 수입업자로부터 710만달러 상당의 휴대폰 수출계약을 이메일로 체결한 후 수수료 명목으로 지정은행에 7만달러를 송금하자 수입업자 가 잠적해 돈을 몽땅 날렸다.

또 수입상사원을 가장해 업체에 수입견본품을 요구한 후 보내온 견본품을 가로 채거나 거래성사 후 물품 대금으로 해외 유명은행의 위조수표나 어음 부도수표 등을 지급하고 잠적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는 사기 유형이다.

입찰 및 합작기업 설립유도 사기는 외국정부의 집권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국영기업체의 입찰소개 또는 대형 국책사업 합작을 주선하겠다며 사전준비금과 변호사비 등을 갈취하는 경우다.

윤 모 목사는 해외로부터 합작제의를 받고 교인 등으로부터 모은 2억원을 지정 은행에 송금하고 합작을 제의한 사람을 네널란드에서 접촉하기로 했으나 만나 지 못하고 돈만 날렸다.

국정권 관계자는 "국제금융사기의 경우 사기를 행하는 조직도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 범죄행위인 줄 알면서도 한탕주의에 급급해 동조하는 국내인에게도 문 제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미약하고 범죄로 한몫 챙긴 후 해외로 도주하면 그만이라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해지고 있는 점도 국제금 융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매일경제신문 2004.11.25.17:36 <노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