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화폐 vs. 디지털 화폐'... 각국 중앙은행의 엇갈린 선택
392 2018-04-21
한국·일본·독일 중앙은행 "가까운 시일에 발행계획 없다"
"디지털 화폐는 필요하지만, 중앙은행 몫은 아냐"
스웨덴·이스라엘·두바이·중국·인도 "발행 추진 중"
올 연말이나 내년초쯤 속속 발행될 듯
전문가 "결국에는 발행... 현금과 디지털 화폐 공존"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맞을까? 발행하지 않는 것이 맞을까?’

암호화폐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가운데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중앙은행의 입장에도 편차가 크다. 한국과 일본·독일은 부정적인 반면 스웨덴·이스라엘·두바이·중국 등은 암호화폐 발행을 준비 중에 있어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관심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상은 현금 없는 ‘캐시리스 사회’로 가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독일 등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화폐(CBDC)에 대해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시 법률적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CBDC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가까운 시일 안에 발행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비용도 들고 기술적 안전성도 떨어지는데 굳이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독일도 입장은 비슷하다. 안드레 돔브렛 독일 중앙은행 이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캐시리스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디지털 화폐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반드시 발행할 필요는 없다”고 못 박았다.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신임 부총재도 한 포럼 모임에서 “일본은행이 나서서 전자화폐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며 “다만 앞으로 진화할 금융 인프라를 위해 혁신적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캐시리스 사회는 준비하겠지만,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앙은행 주도적으로 CBDC 발행에 나서는 경우도 여럿이다.

우선 스웨덴은 2016년 ‘e-크로나’ 프로젝트를 시작해 올해 말쯤 전자화폐를 발행하거나 도입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중앙은행 역시 암호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쯤 검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두바이는 실물화폐와 연동된 암호화폐를 금융거래에 활용하는 시범사용을 운영 중이다. 이르면 올 연말쯤 중앙은행이 법정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암호화폐를 직접 발행해 유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행보도 눈에 띈다. 저우샤오찬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발전은 필연적”이라며 암호화폐 발행 추진 계획을 시사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최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CBDC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CBDC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안토니 루이스 R3 투자총괄은 최근 한 모임에서 “곧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토큰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금이 완전히 사라지는 캐시리스 사회에 대해선 회의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현금과 디지털 화폐가 공존해야 안정적인 통화 체계가 갖춰질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 서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금을 사용해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암호학자 이안 그릭은 당장은 CBDC가 발행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상업은행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화폐가 은행의 업무와 수익을 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화폐의 여러 장점 때문에 결국에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서울경제> 2018-04-17 23:4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