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화폐개혁’ 한달… 경제 마비상태
373 529 2016-12-11
고액권 2종 폐기후 신권 발행
모디 ‘검은돈과 전쟁’ 역효과
경제지표 급락·서민만 고통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검은돈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시행한 화폐개혁 조치가 인도 경제를 마비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11월 8일 탈세자 색출 및 지하경제 양성화 명목으로 화폐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준비 없이 단행한 화폐개혁 조치가 한 달여 지속되면서 역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태다. 당초의 의도와 달리 신권 부족으로 인한 서민층의 고통이 커진 데다 경제 지표마저 급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4년 이후 2년 연속 7%대 경제성장을 해온 인도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6%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화폐개혁 이후 현금 부족으로 경제활동의 제약이 발생하고 있어 인도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6.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도 “화폐교환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달 8일 정부가 구권 2종을 폐기하는 화폐개혁을 실시한 여파다. 인도의 지하경제 규모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 수준으로 추정돼 모디 총리는 탈세를 막기 위한 화폐교환을 숙원사업처럼 여겨 왔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기존의 500루피(약 8600원) 구권과 1000루피 구권 사용을 금지하고, 500루피 신권과 2000루피 신권을 사용하도록 했다. 또 올해 말까지 화폐 소지자들은 은행에 소지한 돈을 예금하거나 신권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화폐교환 과정에서 탈세자가 색출돼 재정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신권 사용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화폐개혁을 단행하는 바람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인도 경제에서 현금 거래 비중은 전체 거래의 98%를 차지하고, 노동자 계층 5명 중 4명은 현금으로 임금을 받고 있다. 특히 기존 500루피와 1000루피 화폐는 전체 화폐 사용량의 86.4%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서 신권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인도 시내 거리 곳곳엔 신권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고, 현금 부족으로 인한 소비도 눈에 띄게 위축되는 중이다.

특히 정부 의도와는 달리 탈세를 하는 특권층이나 범죄 조직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 비난은 거세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범죄 조직은 수수료를 내고 세금 면제 혜택이 있는 농업 종사자들의 계좌에 자신의 돈을 불법으로 넣어 돈세탁을 하는 반면 작은 소매업자나 공장주들은 임금 지급 등 합법적인 경제활동에서 당장 제약을 받고 있다. 또 글조차 모르는 저소득층은 은행 계좌도 가져본 적이 없어 화폐교환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로 한정한 화폐교환 기간도 늘리고, 구권도 일정 기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일보]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09일(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