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조달러 백금동전' 발행 논란
280 5878 2013-01-09
미국 정치권 최대 현안인 연방정부 채무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1조달러(약 1064조원)짜리 백금 동전을 발행하는 '극단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백악관 웹사이트에는 초고액 동전 발행을 요구하는 청원운동이 시작됐다. 이 청원은 미국 재무장관이 1조달러짜리 백금동전을 찍어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예치하면 FRB가 국채를 발행할 필요없이 충분한 현금을 손에 넣는 동시에 국가 채무를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논거에 바탕하고 있다. 이 동전은 유통되지 않을 것이므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의회는 부채한도를 통제할 수 있다.

청원 발의자는 "1조달러 동전 주조가 불필요하고 극단적인 조치로 보이지만, 그로 인해 최소한 미국과 세계 경제가 더 이상 터무니없는 정쟁으로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화폐금융법은 지폐와 금, 은, 동화에 대해 발행한도를 명시하고 있으나, 백금 동전에는 특별한 한도가 명시돼 있지 않다. 7일까지 이 청원에는 4000여 명이 서명했다. 특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청원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크루그먼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공화당이 미국을 디폴트로 몰아넣으려고 작정한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조달러 백금동전을 발행할 의지가 충분할 것"이라고 썼다. 크루그먼은 "오바마 대통령은 '우스꽝스럽지만 좋은' (1조달러 백금동전 발행이라는) 선택과 '우스꽝스러운 데다 나쁘고 재난스러운'(공화당 반대로 미국을 디폴트에 빠뜨리는) 선택 두 가지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런 분위기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레그 월든 공화당 하원의원(오리건주)은 이날 재무부가 1조달러짜리 동전을 찍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공화당은 최근 재정절벽 협상에서 백악관이 부자증세 주장을 관철시킨 만큼 향후 채무한도 증액과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에 관한 협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등 복지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지출을 대폭 줄이도록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음달 중순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신용등급이 강등됐던 2011년 여름처럼 또다시 디폴트 위기에 빠지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초고가 동전 발행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점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2월 초까지 이 청원서의 서명자가 2만5000명을 넘으면 백악관은 이 청원에 정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매일경제 원문 기사전송 2013-01-08 17:30 최종수정 2013-01-09 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