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일제 軍票 들여와 “필리핀貨” 속여 2억 ‘꿀꺽’
230 6315 2010-10-20
국가정보원 직원 등을 사칭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발행된 일본 군표(軍票·사진)를 필리핀에서 사용되는 페소화라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전문 사기꾼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필리핀에서 사용했던 군표를 국내로 들여와 국정원과 기획재정부 직원 등을 사칭하며 이를 환전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이고 김모(38)씨 등 5명으로부터 2억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고모(6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장모(62)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재정부 직원으로 사칭하고 피해자들에게 군표 박스를 보여 주며 “현재 사용되는 필리핀 화폐인데 1억원을 투자해 함께 은행에서 환전하면 5억원이 된다”고 속여 경비 및 투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김씨 등 5명으로부터 모두 2억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 등은 구권 화폐나 전직 대통령 비자금 등 전문 사기 전과자들로 일본 군표가 필리핀에서 사용됐던 것을 이용, 지난 2009년 6월 필리핀에서 화폐 가치가 없는 군표 60㎏(100페소권 등 6만장)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위장해 국내로 반입했다.

이들 일당은 ‘유인책’ ‘검수책’ ‘판매책’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인책이 반입한 군표를 가지고 피해자를 선정하면 재정부 직원을 사칭한 검수책이 “이상 없는 물건”이라며 피해자를 안심시켰고, 판매책이 금품을 가로채는 일을 담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이번에 사용된 군표는 현재 화폐 가치가 없다”며 “범인들은 군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농민 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왔다”고 말했다.

◆ 군표 = 외국에서 전쟁 또는 군대가 점령지에 주둔하는 경우 군대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때 사용하기 위해 정부 또는 교전단체가 발행한 화폐.


문화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10-20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