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일련번호 비밀 아시나요
33 2770 2012-04-06
AA0999999A는 99만9999번째 찍었단 뜻

나한테는 앞면 좌측 상단에 고유번호(일련번호)가 찍혀 있다. 이른바 '가로확대형 기번호(serial number)'라는 것이다. 가로확대형이라는 뜻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번호가 뒤로 갈수록 크기가 커진다는 뜻이다.

일반인들은 이 번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화폐 수집가들은 번호에 따라 값을 달리 매긴다. '화폐테크'라 부를 만하다. 내가 처음 태어났을 때 한국은행과 조폐공사는 불우이웃을 돕고자 경매에 부쳤는데 최고가는 AA0000101A번으로 7100만원에 낙찰됐다. 100번까지는 화폐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번호는 영문 두 자리, 숫자 일곱 자리, 다시 영문 한 자리로 총 10자리로 구성돼 있다. 수집가들은 이 중 일곱 자리 숫자를 특히 의미 있게 본다. 1234321처럼 좌우가 대칭이 된 것은 레이더(rader)노트, 7777777 같은 숫자가 연속해서 나오면 솔리드(solid) 노트, 1000000처럼 제일 앞자리만 빼고 모두 0인 것을 밀리언(million) 노트라고 한다. 또 0123456처럼 오름차순인 것을 어센딩(ascending) 노트, 6543210처럼 내림차순인 것을 디센딩(descending) 노트라고 한다. 또 1231231처럼 반복되는 것을 리피터 노트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생일 등 기념일과 같은 일련번호에 대해 높은 가격을 매긴다.

값은 희소성과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 시중에서 당신이 레이더 노트와 리피터 노트를 발견할 확률은 1000장 중 1장꼴인 반면 솔리드 노트와 밀리언 노트를 볼 확률은 100만장 중 1장 수준이다. 솔리드 노트는 한때 100만원 이상으로 호가된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많아져서 지금 호가는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일련번호 발행 체계는 이렇다. 예를 들어 AA0999999A라고 한다면 이는 99만9999번째 찍은 5만원권이다.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에 찍는 것은 AA0000000B다. 맨 앞 숫자는 사실 기호이기 때문이다. 일련번호 비밀은 여기에 숨어 있다. 맨 앞에 나온 숫자가 가장 큰 단위이고 그다음이 영문 세 자리, 그다음이 숫자 여섯 자리다. 다만 영문은 A부터 L까지 사용하는데 G와 I는 사용하지 않는다. 조폐공사는 이론적으로 나를 찍어대면 99억9999만9999장까지 가능하며 그 번호는 LL999999L일 것이라고 한다.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이 받았다고 주장하는 5만원권 일련번호는 'CJ0372001B'부터 'CJ0373000B'까지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 뜻은 조폐공사가 2억7137만2001번~2억7137만3000번째 찍은 5만원권이라는 뜻이다.

[WEEKEND 매경] 매일경제 원문 기사전송 2012-04-06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