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돈, 제작과정은......
27 5293 2006-02-16
돌∼고 도∼는 돈 내손에서 ‘쥐락펴락’

우리나라 은행권을 만들어 내는 곳은 경산조폐창뿐이다. 지난 23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울게 하고, 웃게 한 1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 지폐들이 경산조폐창에서는 이미 퇴장했고 현재는 5000원짜리 신권만 만들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발행될 예정인 1000원짜리 신권은 시험생산하고 있으며 1만원짜리 신권 역시 조만간 새로운 도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부여조폐창에서 들어온 용지가 돈(지폐)이 되기까지는 대략 45일이 걸린다. 신문처럼 한번에 인쇄를 하는 게 아니라 지폐는 평판인쇄→스크린인쇄→OVD 부착→요판인쇄(뒷면)→요판인쇄(앞면)→노타체크(불량여부 점검)→활판인쇄→컷팩 기계작업 등 8개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다 하나의 제조공정을 마치면 인쇄가 완전히 마르기까지 대략 3-5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5000원짜리 지폐제조과정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첨단과학의 결정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첫번째 공정은 평판인쇄다. 은행권이 가로 5열, 세로 9열로 배열된 전지를 낱장 단위로 앞뒷면을 동시에 인쇄하는데 일종의 바탕화면 만들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면에는 인물초상이나 글자가 없이 대나무 등 밑그림만 있고, 뒷면 역시 수박그림이나 글씨가 없이 여러 색깔의 밑그림만 그려져 있다. 5000원짜리 신권이 구권에 비해 훨씬 화려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평판과정에서 삽입된 색상이 9개에서 11개 색으로 늘어난 탓이다.

두번째 공정은 위·변조를 막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조기법인 스크린인쇄다. 뒷면에 ‘5000’이라는 숫자를 CSI라는 특수잉크를 사용해 인쇄하는 공정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숫자의 색깔이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변한다.

세번째 공정 역시 기존에는 없던 제조공정으로 동그란 동전형태의 OVD(일종의 홀로그램)를 부착한다. OVD를 섭씨 140도의 고열로 접착제를 이용해 용지에 부착시키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한반도 모양, 태극과 액면표시, 4괘의 모습이 나타난다. 용지에 필름형태로 부착한 것이긴 하지만 웬만한 힘을 가하지 않고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네번째 공정은 뒷면 요판인쇄다. 아주 미세한 요철모양의 수박, 나비, 여치그림과 ‘5000 won’, ‘BANK OF KOREA’와 같은 전체적인 그림이 이 공정에서 완성된다.

다섯번째는 앞면 요판인쇄인데 인물초상과 글자(한국은행 오천원), 숫자(5000), 한국은행 총재 인장 등 일련번호를 제외한 지폐의 구성요소들이 모두 갖춰지게 된다.

요판인쇄를 거친 지폐들은 기계를 통해 인쇄품질 상태를 점검받는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일일이 전지검사를 통해 인쇄불량 등을 가려냈으나 이제는 19대의 카메라가 설치된 특수기계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계는 프로그램에 입력된 기준치에 조금이라도 잉크색상이나 인쇄위치에 문제가 발생하면 손지(損紙)처리를 하는데 10년 이상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이 다시 재검사를 해 최종적으로 손지처리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노타체크과정을 거친 지폐들은 인쇄의 최종단계인 활판인쇄로 넘어간다. 이 공정에서는 지폐의 일련번호만을 인쇄한다. 숫자 7개, 영문 알파벳 3개로 구성되어 있는 일련번호는 일종의 주민등록증과 같다. 일련번호 하나만으로 생산일자는 물론 작업자까지 가려낼 수 있다. 활판인쇄가 끝나면 UV기계를 통해 즉석에서 건조과정을 거쳐 절단과정으로 넘어간다.

전지 100장씩 절단기에 집어넣으면 여백자르기→가로열→세로열 순으로 절단해 100장 단위로 묶은 다음 세로띠와 가로띠를 두르고 또 다시 1만장씩 팩포장을 해 한국은행으로 이송되는 것으로 모든 지폐제조공정이 끝난다.

보통 하루에 수 십 억원씩 만지는 경산조폐창 직원들에게 돈은 어떤 의미일까. 만나는 직원들에게 “돈이 이렇게 많으면 갖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나요?”라고 물었으나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최영 장군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는데 여기 직원들은 돈을 제품으로 볼 뿐이죠. 불량품이 발생하지 않을까 신경만 쓰일 뿐 돈으로는 절대로 보이지 않아요.”

[대전일보 2006-02-02 23:33] <글 韓景洙>